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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결말 후기: 허상을 쫓는 어른의 이기심이 낳은 비극, 내 삶의 만족과 어른의 역할에 대하여

by 마이뉴스 에디터 2026. 7. 3.

 

현실과 창작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그린영화<맨 끝줄소년?리뷰 빈티지한 도서관배경의 메인 포스터


20년의 침묵과 지독한 열등감, 대학교수 허문오의 결핍이 마주한 날것의 천재성

우리는 때로 타인의 재능을 순수하게 응원하기보다, 그 속에 투영된 나의 초라함을 먼저 마주하곤 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의 천재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하여, 한국적인 정서와 날카로운 심리 스릴러의 문법으로 재탄생한 작품입니다.

시리즈를 보는 내내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에 있는 '허문오(최민식 분)'가 저렇게까지 처참하게 망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끊임없이 자문하게 됩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번듯한 직업이지만, 극 중 허문오 교수는 자신의 삶에 전혀 만족감이 없어 보입니다. 만약 허문오 교수가 교수직과 작가를 함께 겸하면서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꿈을 건강하게 펼쳐가는 인물이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본인이 이루지 못한 '천재 작가'라는 허상을 갈망하는 마음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본능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되면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결국 본인의 삶마저 무너뜨리는지 이 작품은 뼈아프게 보여줍니다. 자신의 열등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던 허문오 앞에, 강의실 맨 끝줄에서 모든 것을 관망하던 제자 '이강(최현욱 분)'이 날것의 압도적인 천재성을 지닌 과제를 제출하면서 노교수의 메말랐던 창작욕은 지독한 탐욕과 이기적인 대리만족으로 뒤바뀌기 시작합니다.


 

과제와 범죄의 위험한 경계, 사제 관계를 넘어 잔혹한 공범이 되어버린 두 사람

 

제자의 천재성에 눈이 멀어버린 허문오 교수는 점차 글쓰기 지도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고, 이강이 가져오는 은밀한 현실의 기록에 중독되어 갑니다. 이강이 써온 글은 부잣집 친구 세운의 상류층 가정에 의도적으로 침투하여 그들의 사생활을 낱낱이 관찰하고 기록한 위험한 탐닉이었고, 이 기묘한 설정은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이강이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써오도록 하기 위해 허문오 교수는 경시 대회 문제를 유출해 달라는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맙니다. 평생 윤리를 부르짖던 노교수가 자신의 신념을 꺾어버린 이 순간, 그는 죄책감 대신 기묘한 해방감과 짜릿함을 맛보며 제자와 추악한 공범 관계로 결착됩니다. 특히 이강이 관찰하던 세운의 아버지가 다름 아닌 자신의 대학 동기이자 라이벌 김수훈 작가라는 사실이 밝혀진 순간, 허문노가 아닌 허문오 교수에게 이강의 글은 김수훈을 무너뜨리고 자신의 열등감을 우월감으로 뒤집을 수 있는 복수의 무기가 됩니다.

도덕과 인간성을 강조하던 스승은 사라지고, 라이벌을 파멸시키겠다는 눈먼 광기만 남은 괴물이 된 허문오는 이강에게 가짜 목격자가 되어 소설을 쓰라고 강요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제자가 거부하자 교수는 미친 듯한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펜을 들어 거짓된 폭로의 결말을 완성합니다. 자신의 열등감과 복수심을 채우기 위해 가짜 진실을 창조해 낸 허문오는, 타인의 원고를 훔쳐 책을 냈던 김수훈과 다를 바 없는 위선적인 어른으로 완전히 타락해 버립니다.


 

위선적 욕망이 부른 파멸과 상처, 우리 사회의 어른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경고

 

꿈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사람이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꼭 거창한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좋은 적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훨씬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허문오 교수는 지금 내 앞에 있는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 더 뭔가 있을 것 같은 잡힐 듯 말듯 한 '허상'을 쫓다가 가정을 파괴하고 주변의 좋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허문오의 이기심과 자격지심, 그리고 깊은 생각 없이 내뱉는 위선적인 말들은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던 부인 현숙(진경 분)과의 관계마저 상처만 남긴 채 떠나보내는 파멸을 불러왔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상처받은 어린 이강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기고, 더 올바르게 잘 자랄 수 있었던 아이를 삐뚤어진 천재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강은 오래전 보육원 시절에 자신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었던 허문오를 '진짜 본받고 싶은 다정한 어른'으로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허문오 교수가 자신의 아픈 가정사를 그저 글의 소재거리와 대리만족의 도구로만 쓰려고 했다는 잔인한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아이의 순수했던 동경은 지독한 배신감과 복수극으로 뒤틀렸던 것입니다.

만약 허문오 교수에게 '누구의 생각이 맞다 틀리다가 아닌, 내 삶에 만족하고 남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소박하고 올바른 중심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어린 이강은 처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준 어른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아, 누구보다 훌륭한 천재 작가가 되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찾아오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부부간의 갈등이나 어른들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아이들이 삐뚤어진 생각을 품고 일으키는 사회문제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맨 끝줄 소년》은 사람 하나하나의 '올바른 생각'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정, 크게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은 경종을 울립니다. 서사와 인물 역학에 완벽하게 충실했던 모든 배우들의 감탄스러운 연기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깊은 여운을 안고 정주행할 수 있었던 웰메이드 명작이었습니다.

 

작품 정보 및 시청처: 넷플릭스(Netflix) 공식 홈페이지 《맨 끝줄 소년》